나마코 벽과 옛 정취가 느껴지는 건물로 차분한 분위기가 맴도는 마쓰자키 마을 산책의 후편.
미술관에서 이리에 조하치의 작품에 감탄을 금치 못할 즈음에 다시 산책을 시작합니다.
여기서는 흑백의 시크한 나마코 벽의 마을 풍경 외에도 온천, 먹거리, 바다 등 마쓰자키의 또 다른 매력이 가득합니다.
(전편은 이곳으로)
자연의 대범함과 강인함으로 둘러싸인 이나시모 신사
마쓰자키 마을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붉은 기둥문.
그 너머에는 신이 깃든 산이라고 알려진 우시바라산의 녹음이 선명하게 펼쳐집니다.
이곳 이나시모 신사는 산의 신과 바다의 신을 모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신사입니다.
발 아래 징검돌을 문득 바라보다 발견한 은행잎. 고개를 들어보니 웅장하게 가지를 펼치고 있는 은행나무가 시야에 가득 들어옵니다.
시즈오카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큰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1000년이라고 합니다.
줄기에 매달린 방울을 ‘찰랑, 찰랑, 찰랑’ 세 번 울려 나무의 생명력을 나누어 받았습니다.
경내에는 손과 발, 허리 건강에 효험이 있다고 하는 오아시다이묘진(大足大明神)과 건강과 장수의 샘이라고도 불리며 먼 지역에서도 샘물을 뜨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은 신메이스이(神明水)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신사의 신관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는 호모쓰덴(신사의 보물을 보관하는 건물)도 견학했습니다.
그곳에는 박물관 못지않게 풍부한 자료와 귀중한 물건들이 즐비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매월 1일에 견학할 수 있는 미나모토 요리토모가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 『마쓰후지쇼카쿠쿄(松藤双鶴鏡)』입니다.
구멍이 있는 위치에서 해독하는 심오한 의미 등 신관의 해설에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호모쓰덴은 곧장 하이덴으로 이어지는데 안에서 참배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먼저 그곳으로 향합니다.
하이덴에 들어가 정면에 서자 감탄사가 무심코 새어나옵니다.
일반적인 신사의 혼덴(신령을 안치한 건물)과는 달리 이즈이시(伊豆石)로 쌓아올린 돌담 위에 우뚝 솟아 있는 혼덴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 위엄이 넘치는 모습에 절로 긴장되는 마음입니다.
정면에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참배합니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질 것, 그리고 바다와 산의 은혜로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참배합시다.
【이나시모 신사】http://www.inasimo-jinja.jp/
원천수를 흘려보내는 족탕에서 여유롭게 피로를 풀며
마음은 상쾌했지만, 계속 걷다 보니 피곤함이 느껴져 온천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산책은 끝나지 않았으므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족탕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포목상으로 1910년에 건립되어 지금은 무료 휴게소로 이용되는 이즈분 저택 옆에 위치한 족탕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족탕입니다.
원천수는 62.2℃로 고온이라 옆에 있는 수돗물로 온도를 조절하면서 족욕을 즐겼습니다.
【이즈분 저택의 족탕】https://www.town.matsuzaki.shizuoka.jp/docs/2016020300691/(이즈분 저택)
마쓰자키의 명산품 벚나무 잎을 즐기는 사쿠라모치(찹쌀떡)
다리의 피로가 어느정도 풀리니 이번에는 배가 고파져 마쓰자키의 맛을 찾아 한 걸음 더 걷기로 했습니다.
나카제 저택 옆에 있는 1873년에 창업한 과자점 에이라쿠도를 찾아갑니다.
마쓰자키초는 벚나무 잎의 출하량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데 이곳의 간판 상품도 ‘조하치 사쿠라모치(찹쌀떡)’입니다.
으깬 팥소를 감싼 폭신하고 부드러운 떡을 향이 좋은 2개의 벚나무 잎에 끼운 조금 색다른 스타일인데, 2개의 벚나무 잎에서 느껴지는 소금기와 식감이 사쿠라모치 전체를 적당한 균형감으로 감싸줍니다.
충동구매한 구운 과자 ‘에이라쿠’도 으깬 팥소와 크림치즈의 궁합이 좋아 한입씩 계속 먹게 되는 맛이었습니다.
【과자점 에이라쿠도】https://izumatsuzakinet.com/eirakudou/
귀중한 ‘파래’를 바삭바삭 고로케로
좋은 냄새에 이끌려 불쑥 찾아 들어간 가게.
창 너머로 컬러풀한 식기류가 보입니다. 궁금한 나머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방금 밖에서 봤던 것들은 조반니 드 시몬의 식기였습니다.
피카소와 같은 미술학교를 다녔던 예술가로 시칠리아에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식기도 귀엽지만,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식욕을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은 3대째 이어지는 정육점이었습니다.
마침 갓 튀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가게에서 추천하는 ‘파래 고로케’를 주문했습니다.
파래는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하구에 서식하는 김으로 일본에서는 고치의 시만토강과 마쓰자키의 나카강에서만 채취된다고 합니다.
튀김옷과 건더기에 파래가 가득해 먹기 전부터 바다의 향기를 가득 느낄 수 있습니다.
갓 튀겨 겉은 바삭바삭, 속은 따끈따끈. 출출한 시간에 먹기 딱 좋은 한입 먹거리입니다.
【아사이 미트(アサイミート)】https://www.asai-meat.com/
항구 바로 앞 빵집에서 행복한 디저트 빵 발견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자 바다와 가까운 곳에 아기자기한 모습의 빵집이 시선을 끕니다.
지역의 식재료로 만든 빵도 포함해서 많을 때는 30가지 종류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가게의 소개글을 보고 궁금했던 ‘아이스 멜론빵’을 주문했더니 양손으로 꽉 잡아야 할 정도로 큰 멜론빵에 아이스를 끼워 넣은 것이 눈앞에 등장했습니다.
따뜻하게 데운 멜론빵과 속에서 녹기 시작한 아이스크림을 서둘러 한입 베어 물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함이 느껴졌습니다.
매장에서는 멜론빵이 매진되는 대로 판매가 종료된다고 합니다.
배가 불렀지만, 마쓰자키 구모미산의 톳으로 만들었다는 ‘톳빵’도 신경이 쓰여 집으로 가져가서 먹기로 했습니다.
【Costa Forno】https://costaforuno.business.site/
한적한 항구마을과 상쾌한 바다 풍경도 마쓰자키만의 매력
바다의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게를 뒤로한 곳에 보이는 마쓰자키항으로 망설이지 않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근해 어업을 주로 하는 이곳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동동 떠 있는 배와 함께 여유롭게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자 이번에는 모래사장으로 가득한 해안이 펼쳐집니다.
총 길이가 500m 정도의 얕은 바다로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으로 북적이는 해안입니다.
마을 산책도 즐겁지만, 역시 바다를 마주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편하게 이용하세요’라며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버렸습니다.
조금 쉬었더니 슬슬 배가 고파지기라도 한 걸까요?
집에서 먹기로 했던 방금 산 톳빵도 결국 먹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나가던 현지 주민께서
“오늘은 어느 숙소에 묵을 거예요?”
“맛있는 해산물 많이 먹었어요?”라고 말을 걸어주었습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마쓰자키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음 마쓰자키 여행의 목적으로 또 계획을 세워야겠습니다.
오사와 온천에서 마쓰자키의 온천을 만끽
마지막까지 마쓰자키를 만끽하고 싶다면 걸음을 살짝 옮겨 오사와 온천으로 이동합니다.
약 250년 전에 문을 열어 ‘게쇼노유(化粧の湯)’라고 불렸던 수질 좋은 온천이 유명합니다.
과거 오사와 온천 호텔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의 운치를 그대로 간직하며 2021년 12월에 마을에서 운영하는 당일치기 온천으로 오픈했습니다.
탁 트인 넓은 구조로 원천수를 흘려보내는 온천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오사와 온천 요다노쇼】https://www.izu-matsuzaki.com/
정리
마쓰자키를 온종일 느긋하게 산책하며 나마코 벽을 지금도 마을의 자랑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는 마쓰자키 주민들의 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바다와 함께 살아가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작은 항구마을 마쓰자키.
마을 풍경과 건물 등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곳이 많습니다.
마쓰자키에 오신다면 시간은 신경 쓰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걸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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